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등 포로기 문서는 제국의 지배 아래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이스라엘의 아픔을 보여주는데, 포로를 뜻하는 '골라'라는 단어 자체가 그 시대의 고단함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이 어두움 속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이 신앙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때마다 예비하신 귀한 선배들 덕분이었습니다. 성전을 재건한 스룹바벨, 성벽을 세운 느헤미야, 민족을 구한 에스더가 그러했고, 오늘 본문에 드디어 또 한 명의 결정적 인물인 '에스라'가 등장합니다. 에스라는 나라가 무너진 후 세속화되어 가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그들의 무너진 공동체와 정신을 다시 세운 제사장이자 율법학자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에스라의 족보를 길게 소개합니다. 대제사장 아론의 16대 손이라는 기록은 긴 포로 생활 속에서 그의 영적 정통성을 보여주며, 역대기 족보가 아담까지 거슬러 올라가듯 에스라가 자신이 하나님께 뿌리를 둔 존재임을 아는 증거였습니다. 느헤미야서에 족보를 확인할 길이 없어 제사장 직무를 맡지 못했던 이들과 달리, 에스라는 확고한 정통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사회적 명함과 관계들이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정체성은 바로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입니다. 신앙으로 산다는 것은 예배의 자리뿐만 아니라 거친 세상 속에서도 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경은 에스라가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왔다'고 기록합니다. 히브리어 '일라(올라가다)'는 단순한 지리적 이동을 넘어, '덜 중요한 곳에서 더 중요한 곳으로 이동했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에스라는 풍요로운 페르시아의 중심지에서 왕의 신임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포로 2세대였으나, 이를 포기하고 폐허인 예루살렘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이 주는 풍요의 한계를 알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계가 더 진짜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덜 중요한 유혹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우리에게, 이 예배의 시간은 세상 유혹을 내려놓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거룩한 선택입니다. 항상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려는 마음, 즉 '마기스(Magis)'의 갈망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또한 '율법에 능통한 자'였던 에스라는 말씀을 연구하며 지식을 넘어 말씀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구했습니다. 말씀을 연구했다는 것은 단순히 성경 지식을 쌓는 수준을 넘어, 말씀 너머의 하나님을 매일 간절히 찾고 하나님의 마음에 깊이 머물렀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난과 조롱의 문화로 가득해 마치 잔뜩 화가 나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화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 마음에 가까이 머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품고,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며 주님의 마음에 가까이 머물 때, 하나님께서는 에스라를 돌보셨듯 우리의 삶을 보살피시고 필요한 모든 은총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이 약속을 신뢰하며 세상 속에서 담대하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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