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는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에 무너진 후 포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로기 문서’입니다. 나라와 민족이 완전히 무너진 비참한 시기였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도리어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깊이 고민하며 신앙을 더 깊게 구체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굳건한 신앙적 토대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구원의 역사가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구체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이 포로기 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한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세속의 가치관을 따르는 이방인들이 주류였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철저히 소수였습니다. 오늘날 역시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과 물질의 능력 앞에서 우리의 신앙은 무력해 보이고, 세상의 가치관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어려운 시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신앙을 다시 세웠던 그들의 믿음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로기를 살아간 이들이 붙들었던 핵심 신앙은 무엇일까요? 첫째, 역사를 다스리고 통치하시는 진정한 왕은 세상의 권력자가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입니다. 본문을 보면 페르시아의 첫 번째 왕 고레스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고국으로 돌아가 성전을 건축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세상 역사나 고고학에서는 이것을 그저 제국의 종교 관용 정책으로만 봅니다. 하지만 성경은 이를 단순한 국가 정책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께서 고레스 왕의 마음을 감동시키셨다"고 증언합니다. 제국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거대한 왕조차도 결국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으며, 이 땅을 다스리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위대한 고백입니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거대한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마음도 통치하시고 간섭하십니다. 이미 수십 년간 바벨론에 삶의 터전을 잡았던 이들이 먼 길을 돌아가 무너진 성전과 성벽을 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결단하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 여정을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무력한 포로들의 삶에도 간섭하시고 선하게 이끄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하나님의 통치하심을 믿는다는 것은 나와 함께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내 삶을 인도하시듯, 믿음의 동료들의 삶도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있습니다. 우리는 자꾸 원인과 결과의 논리로 타인의 삶과 고난을 쉽게 판단하려 합니다. 하지만 욥기의 말씀처럼 죄 없는 자에게도 나쁜 일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이를 보고 누구의 죄 때문인지 묻던 제자들처럼 인과율로 사람을 대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고난이 심판의 증거가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며 그 시선을 깨뜨리십니다.
우리의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은 인과관계의 논리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통치의 마음으로 그 인생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각자의 구원 방식이 있음을 인정하고, 곁에 있는 이들의 길이 힘들고 아플 때 마음으로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입니다. 우리 전주강림교회 공동체가 서로의 걷는 길을 지지해 주고, 고난 가운데 있는 이들과 함께 울어주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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