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 누가복음 17장은 예수님께서 갈릴리를 지나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길목, 사마리아의 한 마을에서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을 만나 치유해 주신 사건을 보여줍니다. 성경에서 나병은 육신의 극심한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격리되고, 나아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절망을 안겨주는 비참한 질병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나병 환자와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건강의 문제, 깊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듯한 영적 어둠의 시간을 지나며 나병 환자들이 느꼈던 삶의 부침을 동일하게 마주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서 주목할 점은 치유의 순서입니다. 예수님은 나병 환자들에게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고 말씀하셨고, 이들은 제사장에게 가는 도중에 몸이 깨끗해졌습니다. 통상 완전히 나은 것을 확인한 뒤 제사장을 찾아가는 인간의 이성에 따른 합리적 순서가 아니라, 인간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의 시간과 비밀한 방식으로 은혜의 빛을 비추고 계셨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외롭고 암담하게 느껴졌던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 삶에 성실히 찾아오셔서 필요한 은혜의 빛을 끊임없이 비추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열 명의 나병 환자 중 고침을 받은 후 예수님께 돌아와 엎드려 감사를 드린 사람은 단 한 명, 그것도 이방인 사마리아 사람뿐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께 받은 무수한 돌봄과 은혜가 있지만, 열 가지 중 하나조차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우리가 감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이 강팍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분주함과 세상 일에 마음을 빼앗겨 주신 은혜를 깊이 헤아려 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감사는 어쩌다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에 대한 일회성 반응이 아니라, 나의 삶 전체를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신앙적 태도이자 중요한 '영성 훈련'입니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정기적으로 하루의 일상을 돌아보며 성찰할 것을 권면했던 이유도, 나의 잘못을 수정하기에 앞서 오늘 하루 하나님께서 어떤 구체적인 방식으로 나와 함께하셨고 은혜를 베푸셨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삶을 깊이 돌아볼 때 우리는 주님의 세밀한 손길을 발견하고 기꺼이 감사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감사하기 위해 되돌아온 사마리아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며 구원을 선포하셨습니다. 여기서 감사는 단순히 고마움을 표하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구원과 생명의 충만함을 경험하는 거룩한 통로가 됨을 가르쳐 줍니다. 감사는 우리를 밝은 은혜의 빛 가운데로 인도하여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게 하며, 삶의 행복과 관계의 풍성함을 누리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10월 추수감사절 절기를 보내며, 한 해 동안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 은혜의 빛을 하나하나 건져 올리기를 소망합니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주님의 은총을 성찰하며 깊이 감사함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구원과 생명의 충만함을 온전히 누리는 복된 강림의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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