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에스라서 강해를 통해 포로기 이후 멸망한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살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에스라 9장은 "이런 일들을 마친 다음에"라는 구절로 시작됩니다. '이런 일들'이란 지난주 나누었듯 에스라가 5,000명의 무리와 함께 1,500km에 달하는 거대한 위험과 난관을 뚫고 4개월 만에 예루살렘에 무사히 도착한 사건을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버거운 삶의 과제를 잘 마무리했다고 해서 시련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도착하자마자 지도자들은 그곳 공동체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심각하고 고질적인 영적 장애물을 고백합니다. 백성들부터 제사장과 레위인에 이르기까지, 이방 민족의 가증한 행위를 따라 그들의 딸을 아내와 며느리로 맞아들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경이 이방 통혼을 경고하고 금지한 진짜 이유는 단순한 믿지 않는 사람과의 교제 차원이 아니라, 그로 인해 하나님을 떠나 세속화되는 신앙적 위기 때문이었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그들이 이방 여인들을 취한 이유를 "자기 자신을 위하여" 그렇게 했다고 기록합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삶의 실체는 바로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입니다. 물론 기본적 욕구를 가꾸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은 소중한 은혜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경고하는 것은 타인과 이웃, 자연, 그리고 하나님과의 연결성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지독한 자기 사랑, 자기 연민, 자기 감정'에 매몰된 삶입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죄의 가장 근본이 되는 교만은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과 욕구에만 온통 매몰되어 하나님과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자기 중심적 삶의 또 다른 문제는 세상의 부정적인 가치관에 쉽게 흔들리고 '섞여 버리는' 신앙적 위기입니다. 세속 가치관 중 우리 영혼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조건 있는 사랑'입니다. "이것을 이루고 보여주어야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세상의 강박과 소리에 길들여지면, 진짜 영혼의 만족을 잊은 채 세상의 평가에 갈급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은 지독한 자기 사랑과 세속의 조건적 가치관에 묶인 역겨운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을 담대하게 도전합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러한 자기 사랑과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에스라는 이스라엘의 연약함을 보았을 때 옷을 찢고 무릎을 꿇어 두 팔을 들고 하나님 앞에 철저히 슬퍼하며 기도했습니다. 신약의 마가복음 9장에 등장하는 간질병 아들을 둔 아버지 역시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주님의 말씀 앞에 "주님, 제가 믿습니다! 그러나 나의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라고 울부짖었습니다. "내게는 스스로 벗어날 힘도, 참된 믿음도 없습니다"라는 철저한 자복의 기도야말로 새로운 은혜의 길을 열어젖히는 출발점입니다.
내 힘과 의지로는 나만을 위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겸손히 고백합시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며 끝까지 믿어주시는 주님의 강한 손을 의지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자기 중심의 갇힌 삶에서 건져내어 하나님과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는 참되고 복된 신앙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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